“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독거노인 10명 중 7명의 어르신이 빈곤의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쉽게 체감되지 않은 통계이자 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한데요.
1920년~1950년대에 태어난 우리 어르신 세대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부를 통해 노인이 된 자신 또한 생계나 빈곤의 위험으로부터 가족 단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1990년대 우리 사회에 닥쳐온 큰 금융위기는 우리 사회의 부양 제도를 크게 뒤흔들었죠. 과거 자식들에게 ‘가족의 부’를 나눠 주기만 하고, 자신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성장하고 가족을 위해 일했던 환경과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너무 변화된 것이죠. 이로써 현재 어르신 세대의 빈곤 문제는 노후 준비가 부족했던 개인의 문제로 단정 짓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1일 1식이 대세라던데, 나도 1일 1식이야~”
어르신과 장난기가 어린 어투로 오고 가는 말 속에는, 어르신이 처한 상황이 단편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 주변엔 아직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희 복지관에도 매일 150명의 어르신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지만, 제도의 테두리 밖에 벗어나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 자체가 힘이 들기만 합니다. 이미 최소한의 식비로 생활을 이어가던 우리 어르신들은, 더 줄일 것이 없어 끼니를 줄이는 것이죠.
이번 겨울,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비어져 가는 어르신의 밥상에 따뜻한 온기를 채워 드리고자 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선물함으로써, 어르신들에게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드리는 응원을 건네고 싶습니다. 이번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채움 키트’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식품을 통한 음식 경험을 통해 작은 방에 갇혀있기만 했던 어르신들의 세상도 조금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채소·과일류: 친환경 채소와 과일 구성으로 어르신들이 신선하게 드시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해 드실 수 있도록 종류별로 제공합니다. (양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오이, 버섯, 애호박, 토마토, 망고, 바나나, 귤)
* 식자재류: 텅 빈 밥상을 가득 채워줄 식재료를 선물합니다. (친환경 혼합잡곡, 소고기)
* 양념·조미료류: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다양한 양념도 필수죠? 대신 약해진 건강에 신경 쓰실 수 있도록 건강한 조미료로 선택해 제공하고자 합니다. (알룰로스, 참기름, 한알육수, 저염케찹, 고추장, 된장)
* 반찬·간편식품류: 독거노인과 특히 남성 노인일수록 간단하게 음식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요. 집 나간 입맛을 찾아와 줄 맛있는 반찬과 간편식품도 가득 넣었습니다. (떡갈비, 만두, 카레, 짜장, 사골곰탕, 김치볶음, 장조림, 한입피자)
* 건강 디저트: 어르신의 영양분을 보완해 줄 건강음료와 먹거리입니다. (쑥인절미, 홍삼 녹즙, 견과두유, 장건강음료, 프로틴음료)
* 밀키트 특식: 매일 똑같은 어르신의 밥상을 특별하게 해줄 ‘채움키트’의 메인요리, 바싹하게 튀긴 해물누룽지탕, 파채 듬뿍 소불고기까지!
이렇게 알차게 구성된 ‘채움키트’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함께 제공하고, 이후 어르신들이 잘 섭취하고 계신지 모니터링을 진행함으로써 어르신의 건강한 삶에 한 발짝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제 저희가 만나고자 하는 우리 이웃의 어르신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특히, 광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날씨에 상관없이 폐지와 고철을 수집하여 생계를 이어가고 계신 어르신들의 자원 순환 활동에 기여한 바를 높이 평가하고, 어르신들의 존엄을 높여 드리기 위해 폐지 수집 노인을 ‘자원재생활동가’로 재정의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채움키트’ 지원에서는 우리 마을 자원재생활동가(폐지 줍는 어르신) 10분을 포함해, 저소득 어르신 가정 총 20가정에 지원하고자 합니다.
[저소득가정 어르신 20명]
[연애 할머니(가명) / (저소득, 노인 2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아~ 선생님, 전화하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일하는 중에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서 벨소리가 울려도 못 듣고, 집에 가면 지하라 전화가 잘 터져서요." 핸드폰이 안 터지는 단칸방에 연애 할머니(가명)와 남편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머님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자녀들에게 차마 손은 벌리지 못하고, 젊었을 적 보증을 잘못 들어주었던 것이, 오랜 시간 할머니에게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가져왔습니다. 매일같이 줍는 폐지는 1kg에 60원, 동네 과일집에서 매일같이 폐박스를 받고 있지만 두 식구의 생계비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주 할머니(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예전에는 내가 봉사도 다니고, 시장에서 큰 가게를 운영했었어요." 정주 할머니(가명)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고된 노동의 누적 때문이었을까요? 어느 날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 큰 수술을 했습니다.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건강했던 정주 할머니(가명)에게 이름 모를 병도 하나씩 찾아왔습니다.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만 갔고, 밝고 명랑했던 정주 할머니(가명)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주 할머니(가명)는 아직 사람들이 좋습니다.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는 없지만, 소소한 이야기 주고받으며 복지관에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십니다.
[희자 할머니(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주로 박스나 고철을 줍는데, 주에 정말 많이 벌면 2만 원 정도 되어요." 하늘을 보는 것보다 땅과 더 가깝게 굳은 허리와 실버카를 이용해 오늘도 희자 씨(가명)는 폐지를 주우러 갑니다. 아버님이 간 경변으로 돌아가신 이후 자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혼자만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희자 씨(가명)에겐 폐지를 줍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동주 할머니(가명) / (저소득, 노인 2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충남 공주에서 살다가 광명7동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낯선 동네에선 폐지를 줍는 일도 텃세의 한 영역이었는데요. 주변 눈치를 보면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온 지도 벌써 6년째입니다. 슬하에 네 형제가 있지만 각자의 가정 살림도 어려운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기엔 염치가 없다는 표현을 하십니다. 벽지에 곰팡이가 가득 핀 집에서 동주 할머니(가명)은 오늘도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호진 할머니(가명) / (저소득, 3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할머니는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오랜 병환을 앓고 있긴 했지만, 본인에게는 가장이자 소중했던 사람이 떠난 상실감 때문일까요. 한동안은 갈 곳도, 살아갈 길도 막막히 생각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몸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고, 관절염에 갑자기 나빠진 건강 탓에 심장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있는 재산이라고는 남편이 남겨 둔 집 한 채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정부에서 도움을 받기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폐지를 줍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명보 할아버지(가명) / (저소득, 노인 2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경비원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명보 할아버지(가명)은 얼마 전 아내의 병환이 악화되면서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할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잠시 틈을 내 하루에 3시간씩 일을 할 수 있는 동사무소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습니다. 집을 비우는 시간에도 혹여 할머니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생계를 위해 명보 할아버지(가명)는 문을 나섭니다. 두 노부부의 삶이 더 지치지 않도록 든든한 편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인애 할머니(가명) / (저소득, 3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아들의 사업실패로 부부의 모아둔 돈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인애 할머니(가명)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본인의 꿈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다니고 있는 손녀가 눈에 계속 밟힙니다. 어린 나이에 학자금 대출을 받고, 생활을 위해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는 손녀에게 못난 부모가, 할머니가 해줄 것이 없어 속상하기만 한데요.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인애 할머니(가명) 가정을 위해 함께 마음을 더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옥순 할머니(가명) / (저소득, 노인 2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옥순 할머니(가명)는 암 수술 이력으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할머니 앞에 놓인 여러 가정 문제와 남편의 건강 악화로 병원비 지출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며 우울감 또한 깊어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위험천만한 도로를 다니며 폐지를 줍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집에 누워 있는 남편을 위해 오늘도 할머니는 도로 위에 있습니다.
[태희 할머니(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작은 키에 야윈 몸, 어디에 폐지가 있을까 늘 옆을 보느라 바쁜 태희 할머니(가명)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도 잘 듣지 못하십니다. 그 여린 몸으로 어려운 생활을 어떻게 이어나가실까 싶지만 귓가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대화하면 밝게 웃음 지어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감사하기만 합니다. 어르신이 더욱 건강하게 드시고,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희덕 할머니(가명) / (기초생활수급, 노인 2인 가구, 자원재생활동가)]: 희덕 할머니(가명)은 주 3번, 병원에 전체 혈액 투석을 위해 방문합니다. 이런 몸을 끌고 오랫동안 병환으로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간호와 생계유지를 도맡아 해왔습니다. 최근 할머니의 건강 또한 악화되면서 누워 있는 남편을 들어 씻기도 어려운 상황인지라, 집안에 들어서면 고약한 냄새가 먼저 코를 찌릅니다. 해당 가정의 경우, 다양한 문제가 축적되어 기관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개입과 지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두 부부에게 식사 해결 또한 큰 문제인지라 이번 키트 지원을 통해 그 빈자리를 채워 드리고자 합니다.
[순례 할머니(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최근 연락이 되지 않던 자녀의 소득 증가로 인하여 생계급여 수급자에서 탈락하여, 현재 주거급여만 지원받고 있습니다. “나보고 딸 집에 들어가서 살라고 하던데, 내가 그렇게 민폐 끼치느니 그냥 확 사라질 거야.” 순례(가명) 할머니는 자녀와 평소 왕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당장 주거급여와 노령연금으로만 생활해야 함에 따라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윤 할아버지(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계십니다. 아들과 연락은 유지하고 있지만, 어르신을 돌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르신 혼자 생활하고 계시나, 그나마 잘 나오시던 복지관 경로식당 이용도 자주 못 하고 계신 상황으로 어르신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건강한 먹거리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손현 할아버지(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할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스탠드 삽입술을 진행하였고 3개월에 한번 대학병원에 가 정밀검사, 약을 타오는데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무릎 수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건강,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태호 할아버지(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뇌병변 장애와 당뇨병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최근 당뇨병이 심해져 치아가 빠지고 기운이 없는 등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식사는 집에 먹을 게 없어 경로식당에 오면 한 끼를 몰아서 드시면서 올바른 식단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식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채움키트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민예 할머니(가명) / (저소득, 3인 가구)]: 남편은 고령으로 공장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며 힘들게 근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들의 경우 조현병이 있어 장애 등급을 받아 장애인 일자리로 일하고 있지만, 근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예정이며 피부병까지 심해 어머님의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어머님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 빈혈 등 건강관리가 지속적인 필요한 상황으로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는 가정입니다.
[영주 할머니(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당뇨병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최근 발가락 한 개를 절단하시고 심장도 좋지 않아 스탠드 삽입술을 시행했습니다. 당뇨병이다 보니 지속적인 식단 관리가 필요하지만 혼자 살다 보니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거르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채움키트 지원을 통해 건강한 식단 관리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가정입니다.
[덕만 할아버지(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다리장애로 거동이 불편하며 고시원에 거주 중이시며, 최근 고시원에서 넘어져 허리를 크게 다치셔서 한의원을 다니며 침을 맞고 계십니다. 다리와 허리가 좋지 못하니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고 그나마 나가던 일용직이라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채홍 할아버지(가명) /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가구)]: 채홍 할아버지(가명)는 폐암 4기,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이미 건강이 많이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점심은 경로식당을 이용하고 있지만 아침, 저녁을 혼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수급도 생계급여는 제외하고 수령하는 터라, 병원비와 약제비를 제외하고 나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는 상황입니다.
[화복 할아버지(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최근 당뇨병이 심해져 발가락 두 개를 절단하였고 건강 회복 중에 있습니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으며 직업을 갖고 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으로 식품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중 할아버지(가명) / (저소득, 독거노인 가구)]: 과거 사업 실패로 인해 빚이 생겼고 개인회생 중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생겼으며 현재는 비닐하우스에 거주 중이지만, 이마저도 월세가 밀린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나이가 든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구직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어르신이 현재의 상황과 어려움에 갇혀 본인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삶을 부인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담당자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우리의 이번 ‘채움’으로 어르신들의 지친 일상에 큰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의 삶과 세월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곧장기부 후원자님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다립니다.